나의 여행 이야기/2010 여름, Rail路

여자 혼자 내일로 여행 : 넷째날, 강릉 초당마을, 그리고 집

카카오짜증3 2010. 9. 17. 12:59

 

 

선교장 관람을 마치고 나서,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강릉 초당 순두부 마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선교장에서 시내버스 타고 종점인 경포대로,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초당 순두부 마을로 도보 이동.

경포대 노점하시는 분들께 초당 마을 걸어서 가려면 머나요? 여쭤봤더니

모두들 난색을 표하며 택시타고 가라고 말리셨는데..

 

 

왠지 난 그냥 걸어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경포대 주변을 따라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게 되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오잉? 걸은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것봐 역시 조금만 걸으면 될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저것은 정말 단지 경포대 관광객을 위한 그냥 이정표였을뿐....

 

 

 

 

한 시간 후 걷기에 지친 나는 초당마을에 드디어 도착.

 

 

원래 마음에 두고 있던 순두부가게가 있었으나 이름도 생각 안 나고 찾을 기력도 없어서

정말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음.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여길 왔냐면서..

잘 왔다고 안 그래도 여기가 이 일대에서 반찬 많이 주는 곳이라고 하시며 차려주셨다.

 

 

정말 기분 좋았던 밥상! 정말 배고팠던데다 반찬도 다 맛있었다.

순두부는 재작년 백담사 가는 길에 먹었던 순두부와 비슷한 담백하고 순한 맛.

 

 

이날 토요일이었는데 가게 안에 있던 TV에서는 MBC 음악중심이 방영되고 있었다.

보아 빠순이였던 나는 본의 아니게 5집 허리케인 비너스 컴백무대 닥본사!

 

 

 

 

만족스럽게 밥그릇을 비우고, 시내버스를 타고 강릉역으로 컴백!

하려고 했으나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뭔가 내릴 곳을 놓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보니 여긴..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어..T_ T

결국 주변에 피씨방이 있길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강릉역으로 갈 수 있는 시내버스 번호도 찾고

원하던 순두부 가게에 못 갔다는 아쉬움에 초당 마을을 한 번 더 검색해보는 등

여유있게 한 시간동안 웹 서핑을 즐기고 나와 다시 강릉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선 강릉역에 가서.. 그냥 일찍 서울집으로 돌아가버릴까?

아님 찜질방을 찾아서 하룻밤 더 자고 내일까지 여행을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뭔가 쫌 이상하다.

 

 

차창 밖으로 오죽헌의 풍경이 지나가고.. 그 다음엔 선교장...

종점.. 경포대..........?

 

 

경포대에 내려진 나는 망연자실..

버스번호에만 집착한 탓에 방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하지만 심기일전!

머리가 나쁜 고로 비록 손발은 고생하였으나, 입은 즐거울 것이니!

점심에 갔던 초당마을에 저녁 먹으러 또 가기로 했다^ㅁ^

 

 

마침 아까 피씨방에서 가고 싶었던 순두부집 이름도 제대로 각인시켜뒀고..

다시 걸어갈 용기는 안 나서 택시 타고 바로 가게 이름 불렀다.

 

 

 

 

짠!ㅋㅋ 여기가 이 일대에서 제일 유명한 순두부집.

 

 

점심 때 갔던 집은 약간 대중적이고 깔끔한 맛이고,

여기는 정말 원조의 맛이다. 어른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

 

 

근데 사실 기대보다는 약간 별로였다.

순두부만 두 끼째라 약간 부대꼈던 것 같고, 결정적으로

원래는 진하고 구수했을 비지가 나의 속을 약간 비리게 했던 것 같다.

 

 

비지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 엄마는 항상 김치랑 콩나물이랑 같이 빨갛게 찌개로 해주셔서 몰랐는데

하얀 비지는 좀 힘든 것 같다. 거기다 점심 때도 순두부랑 비지랑 양껏 먹었는데 또 먹었으니..

 

 

그래도 고추 된장박이는 정말! 맛있었다.

가족 단위로 깔끔하게 먹으려면 점심 때 간 곳이 좋겠고,

원조의 맛을 느끼고 싶고 매니악하게 난 찾아가서 먹겠다! 하는 사람이라면 저녁 때 간 곳이 좋겠다.

 

 

다음에 빈 속으로 여기 순두부를 다시 먹어보기 위해 강릉을 한 번 찾아야겠다.

 

 

 

 

소나무로 자동 모자이크 처리ㅋㅋ

다 먹고 나오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졌다.

 

 

당시 여기서 알바하던 청년이 매우 훈훈했는데,

그 청년이 서빙해주어서 매우 수줍^^*

 

 

 

 

버스 정류소 옆 쪽으로는 마을 교회, 앞 쪽으로는 평지로 된 솔숲이 있는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정류소 의자에 앉아 mp3에서 흘러나오는 비욘세의 Halo를 들으며 여행 일지를 정리했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 방금 내가 걸어나온 순두부 마을에서는 아직도 저녁 손님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고

교회와 솔숲 가운데서 손님과 이방인의 중간자 느낌으로 버스가 오길 기다리던 그 기분.. 잊을 수 없다.

 

 

조용하고 무서운데 포근하기도 하고, 마음이 이상하게 붕 뜨던 그 기분.

아직도 비욘세의 Halo 전주만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제대로 돌아온 강릉역.

 

 

사실, 강릉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아침의 가방끈 일행들과 몇 번 마주치고

경포대에서 만났을 때에는 정말 9시 전에 돌아오시는거 맞냐고 재차 확인까지 당했다.

 

 

마주치기만 했을 때는 그냥 웃겼는데 확인 당하니까 정말 기분 상했다.

아.. 네.. 하고 대답만 해놓고 가방끈 잘라서 들고 가라지ㅡ_ ㅡ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9시 이전에 돌아가게 되었고, 하루 더 여행하기보단 서울에 빨리 가서 쉬기로 선택하면서

결국 청량리행 열차 안에서도 그 일행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세상사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르니

괜히 성질 있는대로 부리지 말고 최대한 선하게 살자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청량리행 열차 안에서 퍼질러자면서 만나게 된 내 옆자리의 필리핀 여인 메이.

 

 

한국어도 잘 못하고 핸드폰도 없는 그녀의 교통편을 알아봐주기 위해

한 시간동안 동분서주한 끝에 회기역에서 그녀를 떠나보내고

드디어~ 우리집으로 컴백!

 

 

 

역시 집이 최고야..